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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서민서 ]


흘러내리는 ❤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을 모른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자존감’의 검색 빈도는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심리학자들은 자존감이 삶의 행복을 예측하는 주요 변인이라고 말하고, 시중에 나온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자존감 높이는 법’을 강의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행복해진다면, 누구라도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고 자존감 수업을 들을 법하다. 나 역시 몇몇 자기계발서를 읽어본 적이 있다. ‘작은 성취를 해내면 자존감에 도움이 된다.’ ‘자기비하는 좋지 않다.’와 같은 유용한 조언과 더불어 ‘자기 긍정’에 관한 조언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와 같은 자기 긍정과 관련된 조언들이 왜인지 모르게 거북하게 느껴졌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어떻게? 왜? …



자기 긍정의 함정



긍정은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 긍정이란 자신의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은 정말로 위안이 된다. 하지만 말이 주는 위안과 별개로,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이 정말 자신을 위한 일일까? 

예를 들어 삶에 문제가 생기거나 타인과 관계가 틀어질 때 "나는 이대로도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현실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문제의 책임은 주위 환경에 넘어간다. 그 사람은 그렇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변명이나 남탓을 한다. 자신을 비판하는 일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신을 '기꺼이' 용서한다.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아이의 버릇을 망친다고 한다. 이 사람은 스스로를 버릇없게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 개인이 항상 옳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저마다 결점이 있다. 자신의 실수와 결점까지 ‘있는 그대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 자기 긍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무책임과 분별없는 판단도 있다. 만약 자신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발전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걸까?


자기부정의 유용성



심리학자 칼 융은 모든 사람의 무의식에는 '그림자(shadow)'라는 인격의 어두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망상에 빠져 자기애적 혹은 자폐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고, 심한 경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원시인처럼 행동하게 된다. 평소에는 안정된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도 뜬금없이 폭발적인 분노나 혐오의 감정을 쏟아낼 때가 있다. 이런 행동은 그림자 때문인데, 성숙한 사람도 그림자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 자기 긍정은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 '자기부정'은 어떨까? 자기부정은 자신의 존재방식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일이다. 자기 부정은 자신을 갈고 닦는 일종의 훈련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의 인격은 완벽하지 않고, 그걸로도 모자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성격도 무의식에 잠복해있다. 자기 부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내면의 악(惡)이 알게모르게 자신과 주위 사람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가게 된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눅:9:23)


자존감을 위한 조언



사람은 알아서 올바른 길을 찾기보다는 잘못된 장소에서 헤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엄격한 자기비판도 필요하다. 때로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자신의 악한 면은 부정하고, 선한 면은 긍정하는 태도가 실질적인 자존감을 기르는 건강한 태도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토마스 아 켐피스의 저서 <그리스도를 본받아>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이 나온다. 


“날마다 되새겨야 할 두 가지 교훈이 있다. 하나는 악덕을 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덕을 더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토마스 아 켐피스.(2008).그리스도를 본받아.서울:도서출판 브니엘

칼 구스타프 융.(2019),AION(아이온).서울:도서출판 부글북스

대한성서공회.(2014).큰글자 굿데이 성경전서.서울:생명의말씀사

구글트렌드탐색:자존감[구글트렌드].(2021/10/12수정).

URL:https://trends.google.co.kr/trends/explore?q=%EC%9E%90%EC%A1%B4%EA%B0%90&geo=KR

철학사전검색:긍정[네이버지식백과].(2009).

URL: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87543&cid=41978&categoryId=4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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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22 11: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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