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 본인에게 너무 좋거나 유리하여 마치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 오히려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직함을 꾸며낸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극도로 유리한 결과를 성취했을 때 타인이 가질 수 있는 의심을 예측하고, 차라리 거짓말하기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기적인 거짓말쟁이로 평가받는 것보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정직해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변에 의한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인데, 히브리 대학의 교수인 Shoham Choshen-Hillel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면 돈을 지불하고도 거짓말을 선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실제로 '정직하게 행동'하려는 욕구보다 '정직하게 보였으면' 하는 걱정이 심리적으로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스라엘 대학의 학부생 1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해당 연구원들은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공간에서 온라인 주사위 던지기 게임과 동전 던지기 게임을 수행하게 하고, 연구원에게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 때, 참가 학생들은 그들이 게임을 성공했을 경우 15센트를 받을 수 있다고 전달받았다.
학생들의 절반은 조작된 컴퓨터 프로그램 조건에 놓여 만점을 받았고, 다른 절반은 그저 우연에 따라 무작위의 점수를 받게 되었다. 조작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24%는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횟수를 줄여서 보고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4%만 그 성과를 거짓보고한 무작위 점수의 그룹과 비교되는 결과이다.
또 다른 한 실험에서는 이스라엘의 115명의 변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했다. ‘고객들은 자신의 사건에 대해 당신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업무시간을 보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60시간에서 90시간 사이에 해당하는 소송비용을 결정하여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다.’
참여자의 절반은 60시간을 일했으며, 나머지는 90시간을 일했다는 조건에 놓였다. 이 때 두 집단 사이에는 재미있는 차이점이 나타났는데, 실제 60시간을 일했다고 보고받은 변호사들의 17%는 실제 업무시간을 62.5시간으로 과대평가하는 거짓말을 했다. 이와 반대로 90시간을 보고받은 나머지 그룹의 변호사 중, 18%에 해당하는 이들은 업무시간을 실제보다 적은 88시간으로 과소평가하는 거짓말을 했다. 자신의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 클 때 오히려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평판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청구시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심지어 90시간의 집단에 속한 몇몇의 변호사는 ‘자신이 더 많은 비용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고객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직을 위한 거짓말은 위와 비슷하게 설계된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미국의 201명의 성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했다.
‘당신은 월 최대 지원금이 이동 거리 400마일인 회사에서 출장을 간다. 회사의 직원 대부분은 280에서 320마일을 운전했다고 보고한다.’
참가자의 절반은 300마일을, 나머지는 400마일을 운전한 조건에 놓였다. 300마일 집단은
진실을 말하며, 평균 301마일을 운전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최대 지원금에 해당하는 400마일 조건의 집단은 12%가 거짓말을 하며 실제 운전한 거리보다 짧은 평균 384마일에 대해 지원금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모든 상황에서 일반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돈의 액수나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는 부정적인 평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거짓말이 발생하는 것은 상황이나 특정한 성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만 한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에는 거짓말이 사람을 정직하게 보이게 한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느낌을 주지만 인간의 행동은 다양한 욕구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결과임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악어의 눈물', '하얀 거짓말' 등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잠깐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해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택할 때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때에 거짓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의심과 나쁜 평판을 피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거짓말을 하더라도, 추후에는 그 거짓말들로 인해 신뢰감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논문: Lying to Appear Honest (PDF, 229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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