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
많은 사람들은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으로서 노인과 외로움, 그리고 우울함을 연관시킨다. 이 고정관념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그 이유 중 하나로서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젊은 성인들에 비해 비교적 ‘좁다’는 것을 꼽는다.
특히나 요즘 세대에게 다양한 온라인 매체와 sns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젊은 성인들은 물리적인 거리에 상관하지 않고 가족, 친구, 지인들과 폭 넓은 관계를 손쉽게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윗 세대가 지역중심의 삶을 살아왔다는 사회적인 이유 뿐 아니라, 점점 발전해가는 기술적인 조건에서도 노인이 젊은 사람보다 좁은 관계망을 지니게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젊은 성인들이 노인들에 비해 사회적 관계에 만족과 행복을 경험할까? 더 나아가 ‘소수와의 깊은 관계’와 ‘다수와의 얕은 관계’ 중 어느 것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답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주는 연구가 최근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를 통해 발표되었다. 본 연구 결과는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이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형성되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노인들이 소규모의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더 큰 편안함과 행복(웰빙)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젊은 성인이 노인보다 행복한가에 대한 답이 ‘그렇지 않다.’일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관계의 질은 60세 이상의 사람들만큼이나 45세 미만의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수석 연구원 Bruine de Bruin과 그의 동료들은 RAND Corp.의 American Life Panel이 실시한 2개의 온라인 설문 데이터를 분석했다. 설문의 내용은 자신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 중에서 지난 6년 간 주기적으로 연락한 사람들을 ‘친밀한 관계(가족, 친구, 이웃 등)’와 ‘주변 관계(어린 시절 친구, 동료 등)’의 두 범주에 따라 분류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동시에 설문 참여자는 지난 30일 사이에 자신이 경험한 편안함과 행복(웰빙) 수준을 함께 보고했다.
먼저,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젊은 성인들보다 노인들의 관계망이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편안함과 행복(웰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친한 친구, 즉 '가깝고 친밀한 관계'의 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균등한 수치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가족, 이웃, 주변인의 수를 통제한 이후에도 친밀한 친구의 수가 웰빙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령과 상관없이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즉 친밀한 친구는 평생에 걸쳐 유지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긴밀한 관계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대상이기에, 작은 관계망 속에서 얻는 노인들의 편안함과 행복(웰빙)이 젊은 성인들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노인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많은 정치인들은 노인들의 사회적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관계망의 확장에만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Bruine de Bruin는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외로움은 친구의 수와는 관련이 없으며 친구에 대한 느낌과 더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외로움은 단순히 친구가 많다고 해결되는 감정이 아니다.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추진하기보다 함께 있는 주변의 친구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로움을 해결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젊은 성인들이 sns나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 다수가 크기만 부풀려진 공허한 관계일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실제 Bruine de Bruin가 Facebook 사용자를 관찰한 결과, ‘sns상의 친구’에서 ‘현실 속 친밀한 친구’를 더 많이 인식할수록 더 나은 수준의 편안함과 행복(웰빙)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웰빙과 관계적 특성의 연관성을 분석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나의 행복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찾는 것이 전 생애에 걸친 '삶의 과제'라는 것이다. 더불어 점점 더 다양한 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 세대에게,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논문: Age Differences in Reported Social Networks and Well-Being (PDF, 219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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