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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 대학생의 불안에 대하여 - 자기비난, 자기침묵, 자기개념 명확성을 중심으로
  • 기사등록 2022-05-25 12: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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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주해인 ]


(출처: pixabay)

 우울증이 그렇듯 나 역시 바닥없이 내려앉는 끝없는 자기비하, 자기혐오에 심각한 수준으로 시달리곤 했다. 자기혐오와 고통은 여전히 기대와 희망이 있기에 생겨나는 것이다. 기대와 희망이 번번이 좌절됨으로써 견딜 수 없는 마음의 진통이 생기고, 그 진통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킨다. 그러한 마음의 끝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텅 빈 상태가 찾아왔다. 고통도 사라지고 의미도 사라진 평온한 공허. 그제야 삶과 죽음이 동등해졌다. 아무런 기대도 없다면 삶은 의미 없이 비어 있는 것이 되므로 죽음과 다르지 않다. 죽음이 삶보다 평온한 것이 되었기에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안희제 외 4명. (2022). 우리는 이어져 있다. 이솔(편저), 폭력으로부터 배운 정직한 마음의 태도(p.84-85). 와온.


반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22학번 새내기가 되었다. 수험 생활 동안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그렇다고 들어왔듯이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상태는 나아지리라 믿었다. 그렇지만 나의 불안은 나아지지 않았다. 인용한 책의 구절은 나의 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이 커졌다. 삶과 죽음이 동등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나의 이 상태를 설명하는 데 적절한 논문을 찾아 읽게 되었다.


김성휘와 홍혜영은 대학생의 자기비난과 자기침묵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에서 ‘자기비난적 성격’과 ‘자기침묵’, ‘자기개념 명확성’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우울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비난이란?



자기비난적 성격이란 과도한 개입과 비판, 처벌적, 통제적인 부모상이 개인에게 내재화되어 작동된 특성이다. 이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판단적이며,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며 통제감과 자율성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기비난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죄책감과 함께 열등감, 수치심을 보상하기 위해 과도하게 높은 목표와 이상을 추구하지만 어떠한 성취를 하든 기쁨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덧붙여, 자기비난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를 얻을 기회를 조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서적 고통을 많이 경험하며, 적은 스트레스에도 우울증상이 크게 증가한다. 



자기침묵이란?



자기침묵이란 사회화 과정에서 착하고, 희생적이고, 순응적이길 바라는 기대가 학습되면서,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요구를 우선시하고, 자신의 감정과 사고는 억압하고 표현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분노와 같은 긴장감을 경험하는 관계 내 자기감을 말한다. 


이런 자기감은 타인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고자 자기희생, 자기부인, 자기표현 억제를 유발한다. 이는 일시적인 관계 유지에는 효과적이나 진실한 관계는 맺기 어려우며, 오히려 자기괴리감과 내적 갈등을 일으키고 내면의 분노가 누적되어 우울이 높아지는 심리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개념 명확성이란?



자기개념 명확성이란 자기에 대한 내용이 얼마나 명확하고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고, 내적으로 일관되고 안정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도를 말한다.


수용받기 위해 노력하는 자기침묵은 자신의 감각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기상실감, 자기분리감을 경험하도록 한다.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억제하고 타인의 선호를 따르는 행동은 자아에 대한 혼란을 유발해 자기개념 명확성을 감소시킨다. 



어떻게 대처하고 생각해야 할까?



높은 자기비난으로 인해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을 만날 경우


자기비난이 높으면 자기개념 명확성의 수준과 관계없이 우울이 증가한다. 자기개념을 다루거나 언어적 피드백을 하는 것보다는 내담자가 행하는 자기비난적 태도에 대해 객관성을 획득하도록 돕는 개입이 필요하다. 이 예시로, 내외부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언어적으로 논박하는 것이 있다. 또한, 자기비난이 높을지라도 자기 생각과 정서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자기침묵을 줄이는 방안은 우울의 치료적 접근에 있어서 유용할 수 있다.

 


낮은 자기개념 명확성과 자기침묵을 가진 사람을 만날 경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스스로에 대한 경험적 정보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억압하고 표현하지 않을수록 우울이 증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키운다면 우울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자기침묵 행동을 보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인지, 목표와 우선순위는 무엇이며 가능한 대안들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고 선택하여 수정하며 자기개념 명확성을 높인다면 자신을 탐색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대학생 시기의 우울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가로 타인의 인정과 기대를 포기하고 자신의 온전한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자기비난이 고질화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이 두려움을 충분히 다루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모호한 자기개념으로 인해 자기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 오는 여러 가지 부적응 및 부정적 대가에 대해서도 통찰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대학생의 불안 이겨내기



논문을 읽으며 자기비난과 자기침묵, 낮은 자기개념 명확성이 모두 나에게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사람들에게 나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도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여 나에 대한 생각도 오랜 기간 미뤄두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이 분명 많을 것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들을 위해 이 칼럼을 바친다. 우리들의 불안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한 명의 주체로서 ‘나’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방황하고 고민하자.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명확하게 알아갈수록 우리는 더욱 단단하고 굳센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출처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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