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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비합리적이지만, 더 나은 내가 되겠습니다. - - 행동경제학 -
  • 기사등록 2022-10-22 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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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당신은 합리적인 인간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굉장히 당황스럽다. 이 문장에서 그리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합리적인 인간인지 아닌지 단번에 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이 질문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선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한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이성에 부합하는 것을 의미할텐데 이렇게 말해서는 사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보통 슈퍼마켓에 가서 내가 원하는 물건이 세일을 하고 있어 정가보다 싼 가격에 그 제품을 구매한 경우 우리는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말한다. 아! 이렇게 생각하면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겠다. 쉽게 말하자면, 합리적이라는 것은 본능이나 충동을 누르고 내게 주어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물음을 상기해보자. '나는 합리적 인간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삶을 잠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면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외치며 나도 모르게 치킨을 시키거나,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눈 앞에 보이는 음식을 집어 먹은 적이 없었다면 당신은 바로 합리적 인간이다. 하지만 과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과연 몇 명이나 합리적일 수 있었을까?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무한한 합리성을 지닌 존재'로 가정하고, 이들의 행태를 분석한다. 다시 말해 경제학에서 보는 인간은 다이어트 중 치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경제학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학문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을 상정하고 그들의 행태를 수식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수식'을 고려하는 경제학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경제학'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행동경제학 



한국에서는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의 최근 저서 중 하나의 제목이자, 앞서 말했듯이 심리학을 고려한 경제학을 우리는 바로 '행동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이 경제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요 공급 곡선과 다양한 수학적 수식으로 설명되는 전통적 경제학과는 사뭇 다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우리가 왜 항상 이익이 되는 '최적의 선택'을 하지 않는 지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재학의 분파인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인 '이콘(이코노미스트의 줄임)'이 아닌 '지구 상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행동경제학은 우리의 일상과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영화 티켓 구매를 예시로 들어 행동경제학이 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보자. 


다음 제시되는 두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고르면 된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면 고르지 않아도 된다.) 


(상황1) 
M 영화사의 영화티켓은 12,000원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 행사로 12월 31일 날에 현금으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은 2,000원의 할인을 받는다. 신용카드로 구매한 사람은 정상가를 지불한다. 

(상황2) 
M 영화사의 영화티켓은 10,000원이다. 그런데 세금 인상으로 인해 현금으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은 정상가인 10,000원을 지불하면 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수수료가 붙어 12,000원을 지급해야 한다.



상황1은 더 높은 신용카드의 가격이 '정가'가 되고 현금 고객은 '할인'을 받는다. 상황2는 현금 가격을 '정가'로 삼고 신용카드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이콘'이라면 두 상황을 동일하다고 느낀다. 두 상황 중 어느 하나를 더 불쾌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어떤가? 나의 경우 상황2에 대해 더 불편함을 느낀다. 상황 1에서는 현금으로 티켓을 구매하면 '이득'을 보는 느낌이 들지만, 상황2에서 현금을 구매하는 것은 그저 본전일 뿐이고 신용카드를 썼을 때 나는 '손해'를 본다고 느낀다. 이처럼 우리는 '이콘'과는 달리 '일반인'이기 때문에 두 상황에 대해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은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 즉 가질 수 있지만 아직 가지지 않은 것보다 이미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된 것을 더 가치있게 평가한다는 '소유효과'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심리적 감정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변화되고, 그것은 우리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간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만든다. 이처럼 심리에 따라 변화된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는 경제학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캐슈넛과 비합리성 



탈러의 행동경제학 책에서 등장하는 예시를 하나 참고하여 비합리적인 우리의 행태를 하나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만약 에피타이저로 캐슈넛 한 접시를 먹고 있었다고 하자. 이때 캐슈넛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입맛이 없어져 본식을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캐슈넛이 눈 앞에 보이자,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계속해서 손이 간다.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탈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캐슈넛이 담긴 접시를 치워버린다고 말한다. 이것은 캐슈넛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의 두 가지 선택지에서, 먹지 않는 것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을 남기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이콘의 입장에서 굉장히 비합리적이다. 이콘은 가능한 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최적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일반인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콘이라면 먹지 않는 것을 최적이라고 생각하면, 캐슈넛 접시를 눈 앞에 둔채 (= 선택지를 줄이지 않은 채) 캐슈넛을 먹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이콘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을 본능과 충동을 억누르고 이성과 논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설명하며 동물과 구분 짓고 인간을 신성시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인간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도 포유류의 한 종으로서 다른 종들에 비해 본능을 참아내는 능력이 강한 동물일 뿐 본능 앞에서 무력해지는 순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우리는 그저 그러한 본능을 참아내는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합리적인 이콘이 되기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비합리주의자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소위 '지적이고 숭고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그렇게 이콘과 같이 합리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위의 사례에서도 살펴 보았듯, 인간은 본능 앞에서 무력해지는 순간이 없을 수 없는 존재이다. 무작정 합리적인 이콘이 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늘어 놓은 뒤 결국 본능 앞에 무릎을 끓는 것보다, 조금은 비합리적이라도 현실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이콘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비합리적인 인간의 표본이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해서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드라마를 한창 볼 때는 한 달 간 하루 종일 드라마만 봐서 5년 치 드라마를 다 본 적도 있고, 읽고 싶은 책의 시리즈가 10권이 넘을 때는 며칠 밤을 새서라도 내가 원하는 결말을 다 봐야 한다. 즉, 하나에 집중하면 그것만 미친 듯이 파고드느라, 정작 내 몸을 돌보는 일이나 주변 사람을 챙기는 일은 소홀히 하기 일수이다. 


이런 나에게 이콘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당신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나요?
적당히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적당히 해야 하는 일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어디까지가 적당히인가?' 
이미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미쳐있는 나는, 더 이상 이콘이 바라는 '합리적' 인간으로서 그 '적당히'를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처럼 하나에 몰두하느라, 다른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릴 때면,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조금은 비합리적이지만,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이 되어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 오늘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아 내가 하루 밤을 새서라도 그것만 할 것 같으면, 24시간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저녁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내 선택지를 저녁 10시까지로 줄여버리는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나의 행동은 굉장히 비합리적, 즉 어리석은 행동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합리적 선택을 함으로써, 내 건강을 챙길 수 있고, 짧은 시간 동안 더 깊게 집중해서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나와 같이 합리적인 사람이 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의 방법을 추천한다. 
합리적인 이콘이 되기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비합리주의자가 되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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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행동경제학 (리처드 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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