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한 ‘수동 공격’
얼마전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유민상 편을 흥미롭게 시청한 적이 있다. 유민상이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고 상대에게 소위 말하는 ‘철벽’을 치는 이유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동 공격’이라는 말이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철벽을 치는 마음의 기저에는 ‘나는 거절당할 것이다’라는 마음이 깔려 있고, 그렇게 상처를 받게 될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심리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닫는 건 당연하게도 방어적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수동 공격은 상대방에게 폭력이나 부정적인 언행을 통해 능동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공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연락에 답장을 하지 않거나 잠수 타기, 선제 철벽 등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느 것에서든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막연함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최악의 경우들을 미리 상상해봄으로써 불안을 낮추는 것이다.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동했을 때 일어날 부정적인 상황과 감정들을 마주하기 싫어 미리 피해버리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 마음의 기저에는 깊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깔려 있다. 이 감정들은 주로 불안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거나 과거 경험했던 인간 관계가 좋지 않게 끝났을 때,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택도 피하게 된다. 선택들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책임 또한 상대에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일어났을 때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기 싫기 때문에 아예 행동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수동공격적 성향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
어떤 성격이든지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으며, 살면서 여러 경험들을 마주하며 새롭게 형성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수동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종종 힘이 들거나 주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면, 이런 성격이 나쁘고 고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현명하게 다뤄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길 권한다.
먼저, 작은 것부터 선택해보자. 수동적인 사람들은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봐 원하는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물론 상대방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선택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전부 맞추며 나는 다 상관없다고 떠넘기는 것도 좋지 않다. 오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와 같은 조그만 것부터 하나하나 나의 마음에 따라 선택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가지자. 수동공격적 성향의 사람들은 주로 상대방의 기분과 반응을 고려하며 행동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날 싫어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정작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순간순간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감정과 생각을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걱정했던 일은 생각했던 것만큼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의 나의 감정을 소중히 대하자.
이렇게 마음가짐을 차근히 하나하나 바꿔나가다 보면 삶에서, 소중한 관계에서,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갈래에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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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YOUTUBE] 연애를 하고는 싶지만 철벽치는 사람들의 특징♨ 12년 차 솔로 유민상의 고민! |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64 회 www.youtube.com/watch?v=AiMwn8HTG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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