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은
[The Psychology Times=성지은 ]
출처=위드인 뉴스, 아직도 잡히지 않은 범인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살인의 추억, 연극 <날 보러 와요>
수사관이 서류철을 들고 범죄자를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빨리 범행을 자백하라며 재촉하는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우리는 “왜 수사관들은 다소 폭력적인 면담 방식을 택한걸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수사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문 기법에 있다.
우리나라 수사관들은 주로 대표적인 추궁형 기법인 미국의 BEID 테크닉을 사용한다. 이는 ‘先 심증 형성, 後 자백 획득’ 구조를 가지며,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가진 심증을 주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예전부터 대부분의 수사관은 피의자 신문 목적을 자백 획득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추궁형 기법으로 면담했다. 그러나 ‘유죄’를 전제로 한 강압적인 조사 방법, ‘기망’을 통한 허위자백 유도 등 여럿 문제가 발생해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최근 학자들로부터 지지 받는 면담 기법은 정보 수집형 기법인 영국의 PEACE 모델이다.
‘先 정보 수집, 後 혐의 판단’ 구조를 가지는 PEACE 모델은 1970년대 경찰과 심리학자들이 참여하여 영국에서 만들어진 수사 기법으로, 자백 획득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리고 윤리적인 수사 면담 방법으로 인권 보호나 적정 절차 준수 등 윤리적인 요구에 충실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사건에 관련된 모든 대상에 적용할 수 있어서 인지면담을 기반으로 ‘개방형 질문에 의한 자유 회상’과 ‘대화 관리’라는 두 개의 면담 모델을 사용한다.
이때 개방형 질문에 의한 자유 회상은 수사에 협조적인 목격자나 피의자로부터 전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진술을 얻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고, 대화 관리는 비협조적인 목격자나 피의자를 면담하는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모델이다.
PEACE 모델은 계획과 준비(Planningd and preparation), 도입과 설명(Engage and explain), 진술(Account), 종료(Closure), 평가(Evaluation) 5단계의 앞 글자를 딴 약어를 의미하며, E, A, C는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출처=손지호.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기법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2014. 경기도
PEACE모델은 수사관과 피의자간의 더 용이한 면담을 위해서 라포 형성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라포는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를 일컫는 말로,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상담 등 관계의 기본조건이다.
만약 라포 형성을 한 채로 면담을 진행하게 되면, 라포 형성을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오류정보의 증가 없이 정확 정보의 양과 총 정보의 양을 더 많이 보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사회적인 유대감을 보다 쉽게 형성하여 긍정적 상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정보 획득을 돕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PEACE 모델은 인지적 면담 기법에 기반을 두어 기억회상에 도움을 준다. 인지 면담 기법은 피면담자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게 하고 감각을 사용하여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피면담자의 사건에 대한 인지적 맵을 그리게 한 후 이에 배치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러한 질문은 폭넓은 질문부터 개방적인 질문, 구체적인 질문, 폐쇄형 질문으로 좁혀나간다. 그래서 피면담자의 기억을 정확하게 산출하고 많은 정보 획득에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철학이 담긴 PEACE모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강요적이거나 추궁적인 수사관의 면담 방식을 배제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춘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사 방식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단서는 아직까지도 피의자의 자백 및 진술로 이뤄져있다. 그러므로 기존 수사 기법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윤리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PEACE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인권 문제에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피의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수사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수사 면담 교육도 금전적, 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잘 시행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더 실무적이고 효율적인 수사 면담 기법의 발전과 수사 면담의 교육적 여건이 잘 갖춰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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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손지호.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기법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2014. 경기도
-전정원. "피의자 신문 시 수사 면담 기법 활용 방안."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 2023.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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