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은
[The Psychology Times=전예은 ]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는 한자성어를 의미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만남과 이별이 필연적임을 느끼며 살아간다. 만남은 두려우면서도 두근거리지만, 이별은 아프고 고통스럽다. 우리는 이별에선 좋은 경험을 얻어가긴 힘든 것일까?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말, '이별했기에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라는 말은 다 그들의 합리화였던 것일까?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관계와 만나고 이별하며 살아가지만, 그중에서도 연인 관계는 스스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하고, 자아에 대해 통합적인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연애 관계는 직접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애착은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과의 유대적 관계로, 애착이론 창시자인 존 볼비에 의하면 애착은 생후 3년 간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학자들은 애착은 생애 전반에 걸쳐 생성되는 것이며, 애착은 불안정 애착에서 안정 애착으로 변화될 수도 안정 애착이 손상을 입어 불안정 애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년기에 형성된 애착이 성인 연애 관계를 거치며 변화하는 만큼, 연애 관계는 성인의 삶에 있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애착 관계는 사람을 살려내고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애착관계와의 이별은 커다란 애착 손상을 남긴다. 이별은 분노와 미움을 일으키며,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무기력함을 불러낼 수 있다. 이별의 가장 큰 문제는 트라우마가 되어 새로운 만남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연인과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별 후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무기력함에 빠지고 넋이 나가고, 심한 감정기복을 느낀다. 이들은 이별에 대처하기 위해 한 분야에 몰두해서 잡생각을 없애버리려고 시도도 해보고, 가족과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하거나 상담센터나 정신과를 방문하는 등 타자에게 위로를 얻으려 하기도 한다. 이들은 심한 상실감에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곤 하는데, 이때, 상실감을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상실에 대한 애도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애 경험을 미화하며 관계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기도 해보고,이별에 대한 상황을 납득하려 해보며 애도를 진행한다. 이별 직후의 사람들은 최대한 이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의 상황에 공감도 해보고, 제 3자의 시선으로 이별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애도를 실행한다.
프로이트는 슬픔에 대해 상실로 인한 당연한 반응이기 때문에 병적 상태가 아님을 주장했다. 우리는 상실이 깊을수록 더 세심히 애도를 해야 하는데, 이때 애도는 앞서 말했듯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애도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애도는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꼭 해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 뿐만 아니라 나를 떠났거나 내가 떠내보낸 상대의 입장도 생각해 보면서 '환멸'을 느껴야 한다. 애도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모든 슬픔의 정서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실 이후 애도는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애도 이후 우리가 이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자아의 성장과 확장'이다. 이별 이후 후회는 많은 이들에게 필수적인 코스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별 이후 애도는 후회를 딛고 우리가 자기 스스로를 수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자아의 확장은 자신이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것에서 온다. 자신의 연애 경험에 비추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별로 인한 고통을 이겨냈다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내면의 성장이 뛰어나게 이루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더욱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에서 이별은 아주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 우리가 삶을 사는 이상 '이별'은 우리에게 필연적인 과제다. 만남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고통이라는 쓴맛 이후에 성장이라는 단맛을 보게 되듯이 이별 이후에 우리는 발전하고, 스스로를 알아가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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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미정, 들어줄게요,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휴머니스트
이윤희, 김수임. (2022). 대학생의 연인과의 이별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인간이해, 43(1), 109-127. 10.30593/JHUC.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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