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
[The Psychology Times=한유진 ]
굿 뉴스가 없는 세상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사들은 대체로 '불편한' 내용이다. 굿뉴스가 많지 않은 세상이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 사이트를 보면 수많은 주제 탭이 존재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따뜻한 이야기만 하지는 못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나 연예. 어디서든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싸우고 다투며 논쟁하는지에 대해 경쟁이라도 하듯 외친다. 꼭 우리 사회가 침몰하는 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당연하지만 눈에 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즐거운 글보다는 슬프고 화가 나는 글이 더 잘 팔린다. 그렇기 때문에 더 비극적이고, 더 적나라하며, 더 화가 나고, 우리에게 따끔한 자극이나 일침을 주고자 하는 기사가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든지, 수많은 숏폼 콘텐츠나 1분 헤드라인만 이어지는 뉴스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에, 피곤해라." 어쩌면 이렇게 안 좋은 일만 많지? 그러잖아도 우울해 죽겠는데, 세상은 왜 또 이 모양이지? 우리는 계속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정말 희망이란 없는 것일까?
따뜻한 글을 쓰기로 한 이유
심꾸미 8기에 지원하게 된 것도 이런 생각에서부터였다. 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우리 세상에 아주 필요하고, 생산적이며, 또 비극적인 문제를 많이 마주해 왔다. 하지만 그런 이슈들이 필요한 것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그런 일들만 파헤쳐 오면서 마음은 굉장히 피폐해졌다. 사회 면만 보면 지긋지긋하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또 이런 뉴스, 또 이런 비극, 또 이런 전망 나쁜 이야기들 뿐이구나. 그리고 앞으로 나는 계속해서 이런 지겨운 문제들을 계속 만나고, 또 그런 것들을 마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구나. 2023년의 여름은 그런 부정적인 마음과 불확실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더 이상 기사를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었다.
한국심리학신문 포털에 처음 접속했을 때 든 생각은 바로 '어떻게 이런 속 편한 기사만 있지?'라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 정도를 권유하는 미지근하고 날카롭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에 속했다. 사람의 마음, 대중이 아닌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읽어본 지가 아주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든 생각은 바로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였다. 날카롭고 예리한 글을 쓰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그 장점을 버리고 따뜻한 글을 써 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글이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따끔하지 않은 기사
12건의 기사들을 되도록 따뜻한 내용으로 채우고자 노력했으나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관심이 가는 뜨거운 감자는 계속해서 생겨났고, 세상에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의 길을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이제는 나쁜 뉴스를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괴롭고 힘들지만은 않게 되었다. 절반 남짓 되는 따끔함이 없는, 예리하지도 날카롭지도 차갑지도 않은 개인을 위한 기사들이 그러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따뜻한 말을 계속하면 내 자신의 마음도 결국에는 따뜻해진다. 괴로운 뉴스를 직면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글도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글 또한 편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오래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심꾸미 8기 활동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그런 불행한 뉴스들을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했다. 주사를 맞는 것처럼 따끔하지만, 결국은 내게 도움이 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주사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눈물이 날 수도 있다. 어떤 주사는 바늘이 너무 굵어서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대에는 반창고나 사탕 같은 기사도 필요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달콤하고 안온한 기사 또한 필요한 것이다. 한국심리학신문이 그런 '반창고'의 입지를 앞으로도 계속 다지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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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져야 하는 외침을 글로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