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빈
[한국심리학신문=김다빈 ]
당신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 사후 과잉 확신 편향
“내 그럴 줄 알았지!” –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말이 아닐까? 당신은 누군가 사고를 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마치 그 결과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미래를 예측할 만큼 뛰어난 직감을 가진 것일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우리의 뇌가 우리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라고 부르며, 이는 결과를 알고 나서 마치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믿는 심리적 착각을 의미한다.
왜 우리는 늘 예언자처럼 행동할까?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다. 이는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 박힌 통제 욕구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진 후, 과거 사건에서 자신이 놀랐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마치 그 결과가 처음부터 명확했던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 편향은 우리의 뇌가 과거의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고, 오직 결과에만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또한, 여기에 자기 제시라는 동기도 작용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은 이를 증명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그 팀이 이길 줄 알았어!”라고 말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은 경기 시작 전 느꼈던 긴장감이나 불안감,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우려를 모두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경기 전에 응원하던 팀의 부진한 기록이나 상대팀의 강력한 공격력을 잊어버리고, 결과가 확정된 이후에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는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 편향은 자주 발생한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떨어질 줄 알았어!”라고 말하기 일쑤다. 하지만 투자 당시에는 상승을 기대하며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다. 손실이 발생한 후에야 “그럴 줄 알았지”라는 잘못된 확신이 강화되는 것이다.
왜곡된 기억과 결과 편향: 우리는 정말 다 알고 있었을까?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우리의 기억을 왜곡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불확실함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를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시의 복잡한 상황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편향은 결과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결과 편향이란 사건의 결과만을 보고 그 사건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최선의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나빠지면 비판받기 쉽고, 반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칭찬받기 쉽다. 이는 실제 사건 당시의 복잡한 맥락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단순히 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넘어서, 의사결정과 학습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편향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만들어, 반성적 학습을 방해합니다. 결과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잘못된 판단을 제대로 반성하지 못하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편향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학습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신중한 성찰과 기록의 힘
그렇다면 사후 과잉 확신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기: 사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고, 그때 알 수 없었던 요소들을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자. 이를 통해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2. 복잡한 원인 분석하기: 사건의 원인을 결과에 맞춰 단순화하지 말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보자. 예를 들어, 경기의 승리는 선수들의 기량, 전략, 날씨 등 여러 복잡한 요소가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
3. 의사결정 기록하기: 어떤 생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면, 나중에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잘못된 확신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우리의 사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로,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는 그 결과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불확실성은 종종 무시되며, 이는 특정 사건이나 결과에 대해 과도한 확신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편향은 우리의 판단을 흐릴 수 있어,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세상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으며,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대니얼 카너먼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함정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더욱 객관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시각에 갇히지 않고, 보다 풍부하고 다각적인 이해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참고 문헌
1) 최인철. (2004). 사후 과잉 확신 편향과 인과 추론. 한국심리학회지:일반, 23(1), 137-152.
2) 하민수. (2016). 합리적 문제해결을 저해하는 인지편향과 과학교육을 통한 탈인지편향 방법 탐색. 한국과학교육학회지, 36(6), 935946
3)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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